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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술을 마시술 있는 나이 스물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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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는 해를 지켜보던 지난 연말만 하더라도 이번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며 가까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불평을 했었다. 겨울이라면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도 좀 내리고 머리 한쪽이 쌩하게 아파올 정도로 바람도 차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그래야 추위를 핑계로 마시는 독주도 더 달가워지는 것이라며 낭만도 호기도 되지 못하는 말들을 잔뜩 부렸다.

 

 

정초가 지나면서부터

그러던 것이 정초가 지나면서부터 상황이 변했다. 큰 눈과 거센 추위가 번갈아 찾아온 것이다. 주요 도로는 그런대로 재설이 된다지만 동네의 작은 길들이 얼어붙어 차로 출근하는 것을 얼마간 포기해야 했다. 기차역까지 걸아가는 20분 남짓의 시간, 한쪽 머리는 찬바람 탓에 아팠고 다른 한쪽 머리는 전날 마신 술로 아팠다.

 

합벅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스물살

생각해보면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스물 무렵부터 나는 늘 술을 가까이 했다. 술이 아니면 건널 수 없던 시절이 있었거나 술을 통해서만이 타인과 진실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술이 그 자체로 좋았다. 봄을 반기며 마셨고 겨울이면 적막하다고 마셨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더 좋았으며, 그러다보니 술친구도 여럿이다. 함께 문학을 하는 친구들과 마시는 술은 일종의 안부를 묵는 일이다. 주로 밥을 먹자고 낮에 만나서 정작 밥은 미뤄두고 꼭 낮술을 마시게 된다. 최영미 시인의 시집"서른,잔치는 끝났다"를 읽다보면, "낮술은 취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나와 친구들은 낮술을 마실 때 자주 이것을 되닌다.

 

문학을 하든 문학을 하지 않든

문학을 하든 문학을 하지 않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실은 꽤 많은 것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또 감내하게 만든다. 물론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닌 스스로가 원한 삶을 사는 것이니 불평을 길게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문득 삶이 막막해지거나 아득해질 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굴과 함께 마시는 술을 큰 위안이 된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순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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